대학원 졸업을 하고 새로운 직장에 자리를 잡아서 기쁜 마음으로 새로운 생활에 정착하고 있는데, 입사 기념으로 여자친구가 선물을 사 주겠다고, 받고싶은 걸 골라오라고 하여, 끙끙 고민하다가 '조금 큰 백팩' 을 선물받는 것으로 결정했다. 내가 최근 즐겨 찾아보며 지름의 마음을 조금씩 싹트이고 있는 와디즈(https://www.wadiz.kr/) 에 접속하여 '백팩' 으로 검색 하여 나오는 여러 개 백팩 중, 눈에 띄는 펀딩이 하나 보였다.
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22478
기존에 호평 받았었던 BOR 가방인데, 크기가 커 졌다고 한다!
오케이. 두말할 것 없이, 지금 바라던 형태이다. 내가 덩치가 큰 편이어서, 내 덩치와 등의 넓이에 비해 요즘 나오는 캔버스형 사각사각 백팩은 조금 작아, '개나리봇짐' 형태의 가방 모양이 나오는 게 늘 불만스러웠는데, 크기가 충분히 커 졌다니, 지금 찾고 있는 목적에는 부합한다.
사실, 이 백팩에 모자른 기능은 하나가 있었다. 여행 캐리어 손잡이에 가방을 끼워 두어, 이동할 때 편한 그 기능이 모자랐다. 지금 잘 쓰고 있던 여러 개의 백팩 중 그 기능이 있는 백팩이 없어, 해외 학회를 가거나 할 때 캐리어 위에 올려놓을 때 가방 끈을 쫄라매서 대충 걸쳐놓는 방식을 썼었는데, 지인들의 가방에 있는 캐리어 스트랩? 의 기능이 조금 부러웠는데.. 이번 백팩을 매면서는 해외 학회를 조금 덜 가는 쪽으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뭐, 다 만족시킬 수는 없는 거니까.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시점은, 벌써 가방을 받고 거진 한 달 정도 충실하게 사용한 후에 올리는 글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경험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써 두려 한다.
여자친구를 집에 바래다 주는 길에, 여친 집 앞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박스를 보고 '택배가 왔겠거니' 하고는 내려갈려 했는데, 내 가방 배송이 왔던 거여서 행복한 마음에 차에 고이 모셔 와서, 집에 오자마자 해체식을 거행했다. 언제나 저 갈색 박스는 두근두근 하는 맛이 있단 말이야.
가방을 뜯으니, 웬 연필 한 자루와 설명서가 있고, 가방이 비닐과 뽁뽁이에 둘러쌓인 채 배송되어 왔다. 가방이 깨질 게 뭐가 있다고 이렇게 뽁뽁이에 비닐팩까지 해서 꽁꽁 싸 보냈는지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유리병이거나, 기기이거나 하면 이해할 수 있지만.. 포장을 짱짱하게 잘 해준 게, 때로는 너무 과하게 보일 때도 있는 것 같다. 하긴, 그렇다고 대강 박스에 가방만 띡 해서 보냈으면 배송 품질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서운하다는 내용이 잔뜩 쓰였겠지. 그 고통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 좋아. 크기도 넓직하고, 그냥 무난하고 편안한 검은 색 디자인. 다소 조금 너무 크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큰 백팩' 이라는 메인 목적에 아주 부합되는 크기이다. 키 180, 몸무게 거의 100kg.. 인 등판 넓은 내가 실제로 등에 맸을 때 등에 꽉 차는 느낌이 들 정도로 넓직한 가방이어서, 만족도가 매우 높다. 내 등에 이렇게 꽉 차는 가방을 매 본게 얼마만이더라..
학회에서 선물로 받은 샤오미 가방과의 비교. 찍고 나서 블로그에 올릴려 보니, 사이즈 비교 사진이 조금 각도가 별로 안 좋게 나왔다. 실제로 옆과 위로 거진 5센치 정도 더 크고, 매 본 입장에서도 더욱 여유롭고 넉넉한 차이가 난다. 샤오미 가방도 나름 큰 편이어서 만족스럽게 쓰고 다녔고, 군데군데 수납할 공간이 꽤 많이 들었어서 잘 썼지만, '여자친구의 선물' 의 파워에는 당연히 밀릴 수 밖에 없는, 이벤트로 받은 공짜 백팩 수준이다. 그동안 수고했어, 샤오미.
지퍼 부분의 퀄리티도 아주 맘에 든다. 저렇게 지퍼 이빨이 안 보이는 형태가 제일 좋은 것 같다. 게다가, 지퍼에 달리는 꼬다리 부분은 가방의 특성 상 자주 부서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아예 저렇게 줄 처리를 해서 부서질 일은 없게 해 두었다. 오히려 더 든든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사용할 때도, 지퍼를 찾고 잡아서 여는 데 저 줄 부분이 부담이 되지 않으며, 생각보다 메고 다니면서 덜렁덜렁 하지 않고 차분히 잘 매달려 있어서 별로 신경쓰이는 부분도 없다.
눈에 뜨인 건, 일명 '시크릿 포켓' 이라고 하는 가방 등판 옆쪽에 난 지퍼구멍. 사실 저기에 뭘 집어넣어 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기에, 그냥 디테일한 수납 공간이 하나 더 있다는 것 정도로 끝낼 예정. 그 외 나머지 디자인적인 요소도 적당히 맘에 들며, 특히 뒤쪽에 잡는 윗손잡이가 저렇게 통가죽으로 되어 있어 잡는 느낌도, 튼튼함도 다 잡았다. 저 손 모양의 종이쪽지는 사진 찍자마자 바로 가위로 잘라 쓰레기통에 투하.
안감이 일명 '세무' 제질로, 노트북 같이 기스에 민감한 제품을 넣어 두기에 딱 좋은 안감 재질이다. 대신 뭐 물이라도 묻거나 하는 날엔 굉장히 머리가 아파질 듯 하긴 하다. 저 안쪽에 뭔가 음료수나 그런게 묻지 않길 간절히 바라며..
앞판의 지퍼를 열어보곤 조금 경악했다. 아..니.. 이게 그냥 이렇게 다 열린다고?
적당히 열리다 말아야, 안에다가 뭘 휙 던져놓고 말을 때 마음이 편할텐데.. 저렇게 안쪽에 메쉬 소재로 수납을 잔뜩 만들어 둔 건 좋지만, 너무 하나하나 수납 공간이 많이 크고, 너무 훌렁 열린다; 이 부분은 데일리 백팩으로 쓰기에는 조금 과해 보였다. 카키색 내부 소재를 골랐는데, 다소 군대 더플백 생각이 나는 디자인이다. 뭐, 훈련소만 다녀온 내 입장에서는 그 가방에 대단한 추억이 있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실제 사용하는 중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로 살짝 아쉬움이 있다. 물론 지퍼를 저렇게 활짝 다 열어본 적은 그 이후로 딱히 없으나, 활짝 열린 겉면의 메쉬 안에다가 무언가를 수납한 경우에는 저 부분에 수납한 물품을 꺼내려면 가방을 어쩔수 없이 활짝 여는 수 밖에 없다. 저 부분에 바디스프레이를 넣어 두고, 지금 거진 2주 째 까먹었다가 가방에서 꺼냈다. 확실히, 이 부분은 약간 '데일리 백팩' 의 역할로는 적합하지 않은 공간이라고 느낀다.
게다가, 위쪽의 지퍼만 살짝 열어 접근할 수 있는 맨 위쪽의 수납공간도, 공간 하나하나가 다른 가방에 비해 큰 편이다. 좋다면 좋은 점일 수 있으나, 펜을 꼽아두거나 차 키를 넣어두거나 하는 간편한 수납용으로는 역시 적합하지 않다. 덩치 큰 무언가.. 외장 배터리라던지, 물티슈라던지 조금 큰 것을 넣어두기에는 적합한 공간이다.
그리고 저 밑에 메쉬망은, 생각보다 접근이 용이롭지 않긴 하지만, 그냥 지퍼를 덜 열은 상태에서 바닥에 던져 두었다가 다 열일이 있을 때 곤란한 상황이 오지 않기 위해 어쩔수 없는 대안으로 사용중이다. 다이어트용 쉐이크를 저 공간에 일주일 치를 넣어 가지고 다니는 중.
생각보다 꽤 맘에 드는 건, 위쪽에 있는 시크릿 포켓 부분. 사실 시크릿이라고 하기엔 좀 그런게, 제일 넓은 부분의 가방을 열어보면 저 부분이 바지주머니 뒤집어 놓은 듯 한 느낌처럼 툭 튀어나와 있다. 하지만, 데일리 수납 용으로는 아주 적합한 공간. 출입증 목걸이라던지, 이어폰이라던지, 차키와 USB 등 작은 물품을 수납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고, 접근성도 꽤 나쁘지 않아 아주 잘 사용중이다.
이 가방의 단점이라고 한다면, 쓸만한 수납공간이 생각보다 없다는 점. 위에 이야기한 USB라던지, 휴대폰 케이블 같이 작은 공간을 차지하지만 자주 쓰지 않는 것을 위한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 위쪽의 포켓만을 주력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손을 넣어 이어폰을 꺼낼때 마다 USB가 딸려나오지 않을까 살짝살짝 걱정이 된다.
그리고, 음료수, 물통 혹은 텀블러를 가지고 다닐 만한 공간이 협소하다. 가방 옆 쪽에 그런 것을 넣을 수 있도록 지퍼 물리는 쪽이 열려 있어, 약간 억지로 밀어넣어 물통 하나 정도를 가지고 다니는 편인데, 노트북 13인치 / 15인치 등 조금 단단한 제품을 가방의 메인 공간에 넣었을 때 분명히 간섭이 있을 것 같다. 나야 뭐 맥북 에어 11인치에 아이패드를 가지고 다니니까 간섭이 있을 리는 없지만.
암튼, 넓직한 가방을 가질 수 있어서 만족스럽지만, 생각보다 가방에 대한 유틸리티성이 내가 쓰는 데일리 백팩의 역할에서는 완벽하게 매치되지는 않는, 다소 애매한 포지션의 가방인 것 같다. 그래도, 등에 매면 편하고 좋으니까 꽤 만족하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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