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제품

Duet Display 로 아이패드를 멀티모니터로 쓰기.

TechToast 2018. 10. 4. 16:47


최근 옮긴 직장에서는, 정말 잦은 회의와 쉴새 없이 움직여야 하는 연구장소 등 생각보다 진득하게 앉아있는 일이 별로 없다. 심지어는 하루에 회의를 9시간 가량 진행한 경우도 있다. 대학원생의 다음 단계인 연구원, 연구교수의 삶이 뭐 이런 것이 당연하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아 보지만, 체력적으로 지치는 것은 어쩔수 없는 듯 하다.

노트북을 매일 들고 다니면서 원노트로 열심히 메모를 하다가, 사용중인 맥북 에어가 구매한지 벌써 6년차에 접어들어 이미 늙어버린 만큼 배터리 문제로 골아파 본 적도 있고, 이것 저것 지친 일이 많아 한번의 지름신으로 마음을 회복해 보자는 요상한(?) 이유도 있고 하여, 최근 아이패드를 덜컥 구입했다. 

아이패드는 몇 버전에 걸쳐 샀다 팔았다를 반복했고, 애초에 진성 애플빠 유저여서 iOS 에는 이미 익숙할 대로 익숙해서 세팅에는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구매 목적이 다른 때와 달리 정확했기에, 이것저것 쓸데 없는 앱을 다 깔 필요도 없이 필요한 앱만 깔끔하게 설치할 수 있었다.




구입기 관련해서는 내용이 길어질 듯 하므로 추후 다시 포스팅 하겠음.


각설하고,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는 모니터 24인치가 하나 덜렁 있다. 그 마저도 교수님이 쓰시던 2대의 모니터 중 한대를 빌려 사용하고 있다. 대학원 생활 내내 2모니터 심지어는 3모니터까지 활용하던 나에게, 모니터 하나로 문서작업과 각종 업무를 하라는 것은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었고, 매 번 Alt + Tab 신공, 혹은 화면 절반의 창을 띄워 놓고 이리저리 창을 넘겨 가며 쓰던 고통을 계속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구매한 아이패드를 다른 모니터로 활용할 수 있을까 싶어 검색해 보았더니, Duet Display 라는 유료 앱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역시 이런 식의 모바일 모니터는 일명 '레이턴시(Latency)', 즉 반응속도가 언제나 가장 치명적인 요인이었다. 일반 모니터처럼 키보드를 쳤을 때의 글자가 나타나는 속도, 마우스를 움직였을 때 화면에서의 반응 속도가 한박자 느려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비슷한 프로그램들을 몇번 활용해 보았으나 번번히 실패하여, 조금 쓰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 프로그램에 대한 웹 상의 리뷰를 여럿 찾아보았다. 그러나 적당한 대답이 되는,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글은 찾지 못했다. 검색하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던 점도 있고, 최신 버전에 대한 대답은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럼 뭐? 그냥 써 봐야지. 

12000원 빵야빵야. 








데스크탑 PC에도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여야 하는 듯 하여, 웹사이트에 접속해 보았더니 역시나 별도의 프로그램을 다운 받는 링크가 있다. 웹 사이트 주소는 https://www.duetdisplay.com/kr/ 이곳. 지금 내 자리는 윈도우 PC 이므로, 윈도우 버전을 다운받도록 한다. 병원 인터넷 망이 너무 느려 다운받는 데 20분이 넘게 소요되었다. 

프로그램 설치는 뭐 간단했다. 다른 것 없이 그냥 다음다음 누르면 끝.





문제는 매우 귀찮은 PC 재시작이었는데, 일반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은 그냥 드라이버 설치형이라 바로 연결 혹은 실행하면 대부분 동작했는데, 이 경우는 아이패드 상에서 별다른 소식이 없이 계속 'Duet 시작중' 메세지만 나타나고 별다른 반응이 없어서, 궁시렁 거리며 결국 PC 재부팅을 했다. 화면에 띄워놓은 문서들 다 저장하려니 답답하고 갑갑하고.. 아이 참..

그 이후에는 정상적으로 모니터 영역이 화면에 나타났다. 역시 문제가 있을 땐 껐다 켜는게 최고. 



아이패드 위치는 그냥 디스플레이 설정에서 적당히 끌어 당겨 바꾸면 된다. 단 해상도가 바뀌지 않는 것 같다. 1366 x 1024 로 고정인 상태. 모니터의 PPI 와 아이패드의 PPI 는 현저하게 차이가 나기에, 해상도가 조금 어색했다. 애초에 작은 해상도 모니터끼리 연결되어 있으면 그럭저럭 익숙할 텐데, 모니터는 그냥 일반 모니터의 해상도인데 아이패드는 그에 비해 작은 화면에 높은 해상도를 보이고 있으니 조금 어색했다. 


실제 사용해 보고 있는데, 아무래도 실제 모니터 보다는 미세하게 한 박자 느린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마우스 스크롤도 그렇고, 키보드로 글씨를 치고 있는 것도 실제 모니터와는 분명한 반박자의 차이가 느껴진다. 네트워크 상태가 매우 좋은 상황에서의 VNC 혹은 TeamViewer 를 통한 커넥션 정도의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RDP (Remote Desktop) 은 별도의 가상 화면이 원격접속을 하는 클라이언트 PC 에서 돌아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훨씬 깔끔한데, 아무래도 이미지 전달 방식의 모니터 확장 방식이니 약~간의 답답함은 분명히 느껴진다. 

그래도 못 쓸 정도는 아닌 듯.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사용한 지 채 한시간 여 만에 그럭저럭 익숙해지고 있다. 

듀엣 모니터를 켜 둔 상태에서는, 두번 째 모니터 화면에서의 터치도 지원한다. 밑의 창을 톡톡 두드리니 아이콘이 실행되고, 드래그로 창의 스크롤도 잘 동작한다. 약~간 윈도우 태블릿을 쓰는 느낌? 아직 애플 펜슬이 없어, 펜슬의 기능까지 동작하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조만간 구매하려고 중고장터를 매복 중이니, 구매하고 나서 테스트하고 업데이트를 써 두겠음.




집 모니터를 가져올 수도 없고, 모니터를 하나 더 사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부득이하게 추가하기 어려운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아주 좋은 솔루션이 될 것이며, 해상도 때문에 답답한 나의 맥북 에어에게는 모바일 상황에서도 추가 해상도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솔루션이 될 듯 하다. '디지털 노마드' 라는 그런 키워드는 사실 매우 싫어하는 편이지만, 카페에서 노트북 작업을 하는 것에 익숙한 나로서는 그 키워드를 버리기는 좀 어려운데, 나와 같은 종족들에게 밖에서 두 번째 모니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요인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덩달아 USB 로 아이패드를 충전하면서 사용하기 떄문에, 화면이 계속 켜져 있는 배터리 과소비 상황도 크게 걱정되지 않고, 바로 쓱 뽑아서 나가는 환경에서도 큰 무리는 없을 듯. 거진 1시간 동안 계속 켜 놓고 있는데, 고사양 게임 앱을 돌릴 때 보다 발열도 적은 편이다. 간간히 아이패드를 만져 보지만, 뒷면이 그리 뜨거워지지 않으니 나쁜 선택이 아닌 듯.

 


그런데 기껏 멀티 모니터 밑에다 켜 두고, 쇼핑이나 유투브만 열심히 하고 있다. 

..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