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으로 놀라웠던 건, 생각보다 배송받은 박스가 매우 예뻤다는 것이다. 핑크색 그라데이션이 되어있는 박스가 살짝 반투명한 비닐가방에 쌓여 배송이 왔고, 박스를 보고는 기대감이 약간 상승했다. 박스도 예쁘게 인쇄했으니, 청첩장도 깔끔하게 인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덩실덩실한 마음으로 박스를 개봉했다.
박스를 개봉하니, 두 묶음의 샘플 세트와 가이드가 들어 있었다. 각각 우리가 고른 10종의 샘플 청첩장 디자인, 그리고 알아서 보내주는 감사장과 식권, 봉투와 스티커 등 기타 잡부품들의 샘플이 들어 있었다. 이렇게 해 놓고 20종의 샘플이라고 하다니.. 뭐 20종이 맞긴 하지만, 20개의 디자인을 보내주는 것 같이 이야기하는 건 쪼금 과한 처사가 아닌가 싶다. 다른 청첩장 인쇄 사이트에서도 10종 정도는 기본적으로 샘플을 보내주는데, 이 사이트만 특별히 20종을 보내주는 것 같이 홍보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가이드는 주문에 대한 순서 및 초안 작성, 확정 배송 같은 이야기가 써 있다. 단계별로 깔끔하게 정리해 두어서 무언가 뿌듯하긴 했지만, 사실 뭐 인쇄물을 주문해서 컨펌받고 배송하는 뻔한 내용이기 때문에 길게 읽어보지는 않았다.
우리가 고른 20종의 샘플을 일렬로 죽 늘어놓아 보았다. 실물을 접하고 드는 느낌은, '웹사이트에서 본 것과 꽤 많이 다르다' 이다. 웹사이트 상에서 보고, 정말 눈에 확 들어와서 '이거다' 하고 고른 것은 실물로 받아 보았을 때 생각보다 그저 그랬고, '적당히 준수하네' 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시안성이나 디자인 독특성에 더 눈에 들어와서 마음속의 1번으로 결정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정도면 귀엽네' 라고 생각해서 신청한 샘플은 너무 장난스럽거나 다소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정말, 샘플을 직접 받아 보아야 결정할 때 후회가 없는 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잇츠카드 사이트 관계자분, 사진 정말 잘 찍으시는군요. ㅋ
모든 청첩장을 다 뒤적거려 보았지만, 아직은 '이거다' 하고 쏙 우리 맘에 딱 드는 청첩장은 결정하지 못했다. 이 디자인은 이게 좋은데 이게 별로야, 이 디자인은 너무 심플해서 아쉬워, 이 시안이 여기에 겹쳤으면 좋겠어, 두개의 디자인이 합쳐졌으면 좋겠어 등 다양한 의견이 왔다갔다 했다. 그러나 각기 다른 디자인인데, 최종 시안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하나의 청첩장으로 합쳐주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 같고, 종이 재질과 문구, 약도와 날짜 표현 방법 등 생각보다 고려해야 될 것이 많아 한숨만 늘어갔다. 우리 나름대로 10개 중에 맘에 드는 순위를 뽑아, 1~3등을 골라 두고 양가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의견을 여쭈어 결정하자는 것으로 결론내려졌다.
세상엔 참 쉬운 선택이 없는 것 같다.
기타 샘플도 한번 늘어놓아 보았다.
식권은 뭐 적당히 깔끔하다고 느껴지기는 했으나, 좀 너무 과하게 귀엽거나 너무 전통적인 디자인이라서 샘플을 받은 것을 제외한 다른 것을 좀 더 뒤져보자는 결정을 했다. 샘플로 받은 것 보다 웹사이트에 남아있는 2종이 조금 더 예뻐 보였다. 우리가 계약한 웨딩홀에서는 식권을 별도로 준비하라는 내용이 있어 안그래도 식권을 구매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지금 주어진 샘플로는 별로 주문하고 싶지 않았다. 스티커는 뭐 간단하긴 했지만 너무 심플해서 약간 아쉬웠으며, 우리는 결혼식 답례품으로 별도의 다른 제품을 준비했기 때문에 (셀프와인 후기 : https://techtoast.kr/3), 감사장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아서 그냥 한번 둘러보고 말았다.
잇츠카드 샘플박스를 열어본 전반적인 감성으로는, 한방에 쏙 우리 맘에 드는 것을 고를 수 있는 결과물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실 샘플박스라는 거에 만족을 느낀다는 게 잘못된 것이기도 하고, 우리가 주문할 품목의 '가이드' 를 잡아주는 좋은 기준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내용이 그렇겠지만, 웹사이트 상에서 보이는 것과 실물의 갭이 꽤 있고, 어르신들을 배려하지 않은 전반적으로 작은 글씨 크기, 20종이라고 뻥치고 10종의 샘플과 잡다구니 샘플을 박스에 보내는 것도 썩 맘에 들지 않는 홍보 방법이며, 그 와중에 잡다구니는 딱히 받는 사람들에게 필요가 없는 선택지였다.
그러나, 다음 선택지에 대한 좋은 가이드로의 역할은 충분히 해 주었으며, 일단 전반적인 '인쇄 퀄리티' 와 '배송과정' 등에 대한 것을 미리 맛볼 수 있었고, 비교하고 있던 타 사이트와 대비하여 가격 / 모바일 청첩장 종류 등의 이점이 확실히 더 큰 것 같아, 최종적으로는 잇츠카드 쪽으로 선택하려 한다.
어차피 청첩장을 구매할 것이기 때문에, 한번 여러 청첩장을 둘러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며, 구매하기 전 꼭 샘플박스로 이 사이트의 전반적인 트렌드와 퀄리티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보길 바란다.
그나저나 박스는 진짜 이쁨.
뭐, 청첩장 하나에 이렇게 까칠하게 구는 것도 조금 과한 거라고 생각 들기도 하긴 한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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