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기타

충정로 웨딩홀 '아벤티움' 방문 및 계약 후기

TechToast 2018. 10. 14. 01:13

상견례를 좋은 분위기에서 마치고, 날짜를 정하고 나서 원래 맨 처음 정했었던 웨딩홀은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이었다. 사실, '아들이 서울대 박사' 라는 아버지의 자존심과 욕심이 큰 영향을 미친 결정이었고, 그 결정에 상대적으로 조금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조심스럽게 여자친구의 부모님의 의견을 물었고, 시간과 위치에 대해 조금 탐탁치 않아 하시는 것에 탄력받아, 가격대 성능비 및 전반적인 퀄리티가 좋은 다른 곳을 찾아 보겠다고 아버지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금 나름 활동하는 '신부의 정원' 이라는 카페에 문의하여, 지방에서 올라오실 분들을 배려해 서울역에서 가깝고, 대중교통과 주차 면에서도 밀리지 않으며, 무엇보다 폐백을 하지 않는 우리에게 식이 끝나고 남는 시간에 '와 주신 하객들에게 감사인사를 하자' 라는 결정이 적합하게 동작하는 '쾌적하고 넓은 식당' 의 조건이 다 맞는 곳을 찾아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더니, 꼼꼼하신 카페지기님이 이곳저곳 찾아 보시더니 몇 군데를 추천해 주셔서, 급하게 이곳저곳 다녀 보았다.

예식 날짜가 채 3개월도 남지 않은 터라 여유가 충분히 없어, 원래 맘에 두던 다른 곳들은 다 예약이 차서 할 수 없게 되어 마음이 점점 급해진 와중에, 충정로에 위치한 '아벤티움' 이 개중에 거의 대부분에 조건에 맞아 계약을 하게 되었다. 

아벤티움 건물 자체에는 주차를 100대 밖에 할 수 없어, 길 건너편의 별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올라왔다. 별관 주차장의 공간은 500대 정도로, 결혼식 하객들의 수를 커버하기엔 충분한 수였기 때문에 안심을 하긴 했지만, 같은 건물에 주차하고 바로 올라오는 것이 아니고 '길을 건너' 예식장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 조금 걸리기는 했다. 게다가, 예식장으로 들어오는 길이 노상에서부터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들어오는데, 12월 29일 예식인 나로서는 날씨가 추워 하객들을 고생시키지 않을까 고민이 조금 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날짜가 날짜이고,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모든 조건을 다 충족시킬 웨딩홀을 더 찾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길을 건너 에스컬레이터를 올라오니, 적당하게 깔끔한 공간이 나를 맞이했다.



상담 예약이 잡혀있던지라 바로 예약실로 들어와, 반갑게 맞이해주는 직원에게 차 한잔을 얻어먹으며 미리 카페지기 님한테 설명받은 내용에 대해 다시 한번 두루두루 설명을 듣고, 예식장 내부 시설을 같이 돌아볼 수 있었다. 

맨 처음 이 예식장이 맘에 든 것은 바로 동선이었다. 예약실 바로 앞의 계단을 통해 소규모의 컨벤션센터가 있는 곳으로 올라갔고, 그 쪽에 바로 혼주대기실과 수유실 등 가족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었고, 그 공간의 반대쪽 출입구로 나가면 바로 예식장 로비였으며, 예식장의 출구 문 바로 앞에 식당의 입구가 있었다. 일반적인 다른 예식장처럼, 식당을 가기 위해, 혹은 혼주 대기실로 이동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혹은 계단을 이용할 필요가 없이 하나의 층에 모든 시설이 꼼꼼하게 구비되어 있었으며, 동선에 대해서 정말 많이 신경쓴 흔적이 보였다. 



반대쪽 출구를 통해 로비로 나오니, 바로 양가의 축의금을 수납하는 장소가 나타났다. 단독 홀임에도 1시간 반 예식의 텀을 주어, 번갯불에 콩구워먹듯 정신없고 복잡한 예식이 아닌 조금은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맘에 들었다. 하객들이 바깥에 옹기종기 서서, 이전 예식 사진 찍는 것을 보며 대기하는 것만큼 조금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이 없었기에, 1시간 반 예식과 꼼꼼하게 짜여진 동선이 더욱 맘에 들었다. 생각보다 크지 않은 로비가 살짝 신경쓰이긴 했으나, 웨딩홀 구조상 로비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덜했기에 이 부분도 맘좋게 넘어갈 수 있었다. 

소박한 포토테이블은 뭐 사실 어떤 웨딩홀을 가도 비슷한 조건일 것이어서 크게 신경쓰진 않았다. 그러나, 이런 소소한 것도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는 유료에 사진 다이와 이것저것을 다 직접 준비하라고 했었기에, 상대적으로 이런 소소한 서비스까지도 맘에 들었다. 



쌩뚱맞지만, 우리 예비신부는 참 이쁘다. 히히. 넘나 아름다운 신부를 가진 신랑 입장에서, 신부 대기실은 꽤 큰 관심사였다. 조명은 어떨지, 앉아있는 자리는 불편하지 않은지, 하객들 와서 같이 사진 찍을 때 넉넉한 공간을 줄 수 있는지. 들어가본 신부 대기실은, 크기는 소박하지만 세부적인 내용들에 대해서는 두루두루 만족스러운 시설이었다. 소파도 넓직하니 친구들 혹은 친척들이 와서 같이 사진찍기 좋고, 조명도 꽤 밝으면서 은은하게 세팅되어 예쁜 신부의 자태를 마음껏 뽐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큼지막한 거울, 소소한 테이블과 꽃장식도 그럭저럭 맘에 들었다. 저 뒤쪽의 갈색 틈 부분이 신부 전용 화장실로 갈 수 있는 숨겨진 문이라는 소소한 설명도 들었다. ㅋㅋ



두루두루 둘러보고 나서는, 식이 한참 진행되고 있는 예식장으로 들어갔다. 채플식 예식장이어서, 버진로드가 다른 웨딩홀처럼 높게 되어 있지 않은 것이 조금은 흠이지만, 인테리어와 조명들이 전반적으로 맘에 들었다. 약간은 고풍스럽고 고급스러운 하객 의자들이 눈에 좀 띄었다. 나무 의자라서 불편하진 않을까 싶었지만, 엉덩이도 적당히 푹신푹신하고 꽤 앉아있을 만 했다. 살짝 경사진 천장도 인상깊었으며, 나무 톤을 아무래도 좋아하는 나에게 전반적인 갈색 나무톤의 인테리어는 썩 맘에 들었다. 

한창 식이 진행중이어서, 버진로드의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조명을 보기 위해 조금 지루한 식을 계속 지켜보며 신랑신부가 다시 뒤로 돌아나오는 때를 기다렸다. 조명이 켜지니, 적당히 밝고 깔끔한 분위기의 홀 분위기가 되었다. 역시 버진로드가 높지 않은 것이 살짝 걸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명의 특성과 홀의 디자인과 배치 상 버진로드 밖으로 시선이 쏠릴 일은 없어 보였다. '사진사 분이 알아서 잘 찍어 주시겠지 뭐' 라는 다소 무책임한 생각과 함께 그냥 마음을 쓸어내려 버렸다. ㅋㅋ




결정을 제대로 못하고 웅실웅실 거리고 있었던 우리에게, 상담 직원이 큰 수를 하나 제안했다. 때도 점심시간이기도 하고, 오늘 하객 수가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니 식사를 한번 해 보시라는 제안이었다. 어머나! 지금까지 꽤 많은 홀의 상담을 받으러 갔지만, 이렇게 식사를 바로 해 보라는 제안을 해 준 곳은 처음이었다. 마침 점심시간이었고, 음식 냄새를 맡아 살살 배고픈 차에 감사하게도 공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음식을 사랑하는 나로써는 사실 이 부분에서 큰 결정의 요인이 된 것 같긴 하다 ㅋ)



식사장소는 길죽한 큰 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운데에 뷔페 코너가 있고 양쪽 끝으로 하객이 앉을 공간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전 시간대의 하객들과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 양쪽의 식사장소를 번갈아 이용한다고 한다. 한 쪽에 앉을 수 있는 하객은 약 300명에서 400명 사이로 꽤 넉넉한 편이었다는 것도 맘에 든다. 특히, 예식이 끝나고 하객들에게 인사를 다니자는 우리의 계획에 딱 들어맞는 괜찮은 공간이었다. 



웨딩홀 직원분이 연신 아쉬워 하시던 부분이 이 부분이었다. 바로 창 바깥에 서소문공원이 예쁘게 보여야 하는데, 지금 한창 공원 전반적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예쁜 나무와 녹지 대신 흑밭과 포크레인, 중장기 설비들이 바깥에 보였다. 이 공사는 잠정적으로 10월말 11월초에 끝난다고는 하지만, 공원 공사가 뭐 제 때 정상적으로 끝난 적이 없을 것 같아서, 우리 예식인 12월 29일 즈음에도 공사가 끝날지는 솔직히 정확하게 대답하기 어렵다고 한다. 뭐, 12월말까지 공원 공사를 질질 끌진 않겠지 하는 쓸데없는 안도감이 들긴 했다. 



메뉴는 다른 결혼식 뷔페에 비해 그렇게 대단히 많지는 않았지만, 음식 하나하나가 꽤 깔끔해 보였으며 꼭 필요한 메뉴 정도는 대부분 다 구비하고 있었다. 결혼식에 가면 언제나 챙기는 메뉴인 육회, 있으면 꼭 먹게 되는 도가니,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게장, 가끔 만나면 행복한 슈마이 등 내 머리속에 들었던 '결혼식 뷔페 대표 메뉴' 가 전부 구비되어 있어, 공짜 시식을 하는 입장에서 너무나 큰 행복이었다. 

게다가, 갈비탕 같은 것을 직접 면에 국물을 따라 가져가는 것이 아니고 달라고 할 때 바로 적당히 요리해서 내 주는 시스템인 것이 맘에 들었다. 자꾸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과 비교해서 좀 그렇지만, 호암은 식당도 좁아터지고, 일반적으로 바깥에서 8명이 앉을 크기의 테이블에 의자를 20개 정도 가져다 놓고 20명 전용이라고 하는 기만을 부려대기도 하고, 갈비탕을 제공한다며 갈비탕 비용을 별도로 내라고 해 놓고는 스뎅그릇에 조금 깔려있는 갈비탕 재료에 육수를 직접 부어 가져가는, 정말 불만족스러운 시스템이었는데.. 거기와 비교하게 되니 이곳이 굉장히 좋게 보였다. 

별로 술을 많이 마시지 않은 우리 가족과는 달리, 여자친구의 가족은 양가 모두 술을 꽤 즐기시는 집안이어서, 술의 구비가 생각보다 큰 요인이었는데, 앞에 저렇게 생맥주 부스도 있고, 소주와 병맥주 냉장고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도 꽤 큰 이점이었고, 아예 별도로 준 냉장 시스템 안에 되어 있는 디저트와 과일 배치도 썩 맘에 들었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돌고 나니, 마음 속에 '이 웨딩홀로 정하자' 라는 마음이 들었고, 여자친구와 한 맘이 되어 이 곳을 바로 계약하게 되었다. 쿨하게 계약금을 입금하고는, 꽤 괜찮은 웨딩홀로 변경하여 예약할 수 있었다는 만족감 가득한 채 밖을 나오게 되었다. 좋은 곳을 예약할 수 있게 도와주신 네이버 신부의정원 카페지기 님께 감사드린다.



지원 받은 항목 오늘도 일체 없음. 계약금 내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