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기타

예물 후기 - 클림트 주얼리

TechToast 2018. 9. 24. 01:12

열심히 결혼 준비를 하고 있다. 

예물 준비를 위해, 참 다양한 분의 도움을 여럿 받았었다. 종로3가에 있는 어머니 친구분의 가게도 방문했었고, 예전 프로포즈 반지를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명한 여럿 종로3가 업체들도 엄청 헤매 봤었고, 결혼 관련 정보 카페에서 이벤트가 있다고 하여 업체 두어 곳도 신청해 방문해 보기도 했었다. 심지어는, 출국 계획도 없으면서 백화점 내 명품 면세점도 돌아보면서, 일명 '명품' 이라고 하는 여러 브랜드들의 매장도 들어가 여자친구 손에 반지를 끼워보기도 했었다. 18K, GIA 우신 다이아,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 등등, 꽤 많은 좋은 조건들이 앞에서 우리 눈을 홀리고, 이런 저런 디자인 트렌드, 형태, 명품의 가치, 다이아의 등급과 가치 등등이 우리 눈과 머리를 많이 어지럽혔다. 

하지만 좋은 가격, 좋은 조건, 이것 저것 많이 챙겨준다는 여러 업체들을 많이 방문하면서, 결국 우리 둘 마음에는 하나만 바라보게 되었다. 


'우리 맘에 드는 예쁜 디자인'.


그래서, 저렴한 가격에 예물을 구하는 입장에서는 사실 제일 선택하지 말아야 할 '청담동' 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 번 웨딩컨벤션에서 몇 안 되는 디자인을 들고 나온 것에 약간 실망했던 업체 중 한 군데를 다시 웨딩 플래너를 통해 컨택을 하고, 좋은 조건으로 다시 한번 보여 드리겠다는 약속을 받고 방문 일정을 잡았다. 매장 이름은 '클림트 주얼리' 로, 이 쪽 바닥에서는 꽤나 유명한 곳인 듯 했다. 사실 예물 반지가 아니면 솔찬 관심이 없는 분야이기도 하고, 일명 '유명하다' 와 '우리가 선택한다' 라는 내용은 전혀 관련 없는 키워드이니 우리에겐 사실 큰 상관은 없었다.



주차는 발렛 밖에 되지 않는다. 3천원이 큰 비용은 아니지만, 내 차가 이런데서 발렛을 받을 정도의 고급 차량도 아니고, 내 차를 생판 모르는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는 것이 솔직히 달갑진 않기 때문에 발렛 주차를 싫어하는 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지이기에, 청담동의 열악한 주차 환경에 대한 탓을 하며 궁시렁궁시렁 키를 맡기고 좁은 엘레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굉장히 좁은 로비 앞에서, 잠겨있는 철문 옆에 벨을 누르니 정말 말끔한 스타일의 남자 사장님이 우리를 반겼다. 최근 정장 스타일을 자주 접할 수 있는  나에게는, '정말 괜찮은 스타일이다' 라고 생각될 정도로 말끔하고 멋있었다. 눈여겨 봐 두고, 나중에 조금씩 베껴 봐야지... 아니 그 전에 살을 빼야 겠구나..

구석 자리로 안내받고, 컨벤션에서 봤던 것과는 다른 정말 많은 디자인을 보여주셨다. 나름 명품샵도 돌아다녀 봤고, 인터넷과 종로3가 등지에서 일반적인 디자인의 수많은 반지를 보아왔지만, 비슷한 디자인의 반지를 본 적이 별로 없을 정도였다. 네모각진 다이아, 간단한 웨딩밴드 스타일이지만 밋밋하지 않게 처리한 여러 요인들이 우리 눈을 사로잡았고, 마치 이상형 월드컵을 하듯 하나씩 하나씩 힘든 마음으로 덜 맘에 드는 반지를 추려내는 힘든 작업 후에 우리의 반지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었다.

사장님의 아버지가 직접 디자인을 하고 계시며, 모든 A/S 등에 대해서 전부 책임지고 처리해 주겠다는 말에 마음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그게 진짜 그렇게 될 지, 몇년 후에 비용이 청구가 되는 유상 서비스가 될 지 솔직히 모르는 일이겠지만, 당장 앞에서 대접받는 말로는 귀가 달달하니 나쁘지 않았다. ㅋㅋ

솔직히, 비용은 굉장히 맘에 들지 않는 비용이었다. 14K 금을 이용하기도 하고, 다이아의 퀄리티도 높지 않은 퀄리티에다 크기도 작은 편이었다. 서비스로 준다는 가드링과 목걸이 / 귀걸이 세트, 부모님 한복 입을때 하실 브로치 세트의 가격을 다 합쳐셔 고려해 봐도, 인터넷 혹은 종로3가 등지에서 알아봤던 가격과는 꽤 갭이 큰 가격이었다. 여자친구가 이런 '환금성' 혹은 일반적인 반짝이는 디자인에 대해 그렇게 대단한 관심이 없기에 너무나 다행이지, 만약 그랬다면 정말 이 금액으로 이 재료가 들어간 반지를 고를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 내 입장에서는 약간 '터무니없는' 가격이었다. 하지만, 다른데서 쉽게 보지 못한 독특한 디자인과 확실한 사후 서비스를 약속하는 말에 믿음이 생기기도 하고, 무엇보다 반지를 보고 있는 여자친구의 눈빛이 만족스러운 눈빛이었다. 지금 나에겐, 그 눈빛 이외에 다른 선택 기준은 필요없기에, 과감하게 선택하기로 했다.

[ 이 때 당시는 블로그를 다시 할 생각이 없기도 했고, 계약 전 반지를 함부로 사진찍는 것은 디자이너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사진이 일체 없다.]


그렇게 반지를 계약하고, 한달 여 시간이 지나고 반지가 완성되었다는 연락을 받고는 여자친구와 시간을 잡고 다시 클림트 주얼리에 찾아갔다. 여지없이 주차는 발렛이었고, 또 역시 투덜투덜 거리며 키를 맡기고 좁은 엘레베이터를 타고 매장에 들어왔다.



지난번에 상담해 주신  멋진 사장님은 마침 다른 팀의 상담이 있어 우리를 맞이하지 못했고, 대신 다른 여직원 분이 우리의 반지 수령을 도와주셨다. 간단하게 이름과 계약서를 확인하고, 여직원 분이 큼지막한 쇼핑백과 보증서를 가지고 왔다. 반지는 정말 꽤 있어보이는 네모난 나무 박스에, 목걸이 / 귀걸이 세트와 함께 보관되어 있었다. 이 박스는 나중에 정말 여자친구의 보석함 같은 걸로 활용할 만 하겠다. 시쳇말로 꽤 '간지' 나는 패키지였다. 



정말 많은 곳을 돌아다녔으면서, 가성비가 생각보다 좋지 않은 곳의 반지를 골랐다는 것 때문에 사실은 마음이 조금 상해 있었고, 우리가 본 디자인과 정말 결과물의 차이가 많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노파심도 잔뜩 가지고 있었는데, 박스를 열어 보니 그런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을 정도로 예쁘게 디스플레이 되어 있었고, 예쁘게 꼽혀 있는 우리의 첫 반지가 우리 눈을 사로잡았다.

반지를 들어 여자친구 손에 끼우니, 안 그래도 예뻤던 여자친구의 손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저 쭉 고르고 가는 손가락에, 나와 결혼했다는 표시인 저 반지를 끼워 놓을 수 있다니. 그 반지가 지금 이렇게 여자친구 손에 끼워져 있다는 것이, 쓸데없이 많이 두근거리고, 너무 기쁜 마음에 사로잡혔다. 그렇게 여자친구 손을 멍하니 보다가, 나도 헐레벌떡 끼워 봐야지 하고 넷째 손가락에 내 반지를 끼웠다. 일부러 다른 색을 골랐음에도, 같은 세트의 결혼반지라는 것이 느껴지는 통일감 있는 디자인이었다. 여자친구의 하얀 손에는 로즈골드의 반지와 반짝임을 보태주는 가드링이, 내 투박하고 거뭍한 손에는 백금의 반지가 썩 잘 어울렸다. 



곧 있을 스튜디오 촬영을 위하여, 매장에 있는 티아라와 장신구들을 대여받기로 했다. 이 비용도 우리가 낸 예물 비용에 포함되어 있으리라. 써먹을 수 있는 것은 전부 다 써먹자는 굳은 결심과 함께, 여자친구에게 어울릴 만한 디자인을 보고 미리 골라 두려고 했는데, 실제 대여할 수 있는 것은 대여 당일날 와서 고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미리 골라 두고, 씌워 보고 결정해야 하는데, 대여하는 당일날은 여자친구와 함께 오기 어려울 것 같은데 이렇게 까탈스럽게 구니까 기분은 솔직히 썩 좋지 않았다. 사정이야 알겠지만, 이렇게 주차비까지 내고 시간 내서 온 김에 저 유리장에서 몇개 꺼내서 미리 끼워보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렵다고 그렇게 구는지 모르겠다. 우리와 같은 날 촬영하는 스튜디오 팀이 몇이나 있다고 참.. 촬영 전날 대여하러 와서, 여자친구에게 모든 사진을 다 찍어 보내며 정말 까탈스럽게 고를 결심을 했다. 30분 이상 끌며 괴롭혀야지. 그 날은 저 여성 직원이 아닌 사장님께 직접 부탁드려야 겠다.






반지 수령을 하고 나오니,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 시간이었다. 30분 만에 주차비 3천원을 낸다는 것도 기분이 썩 좋지 않을 뿐더러, 지난 번 반지를 맞추러 왔을 때의 만족스럽고 즐거운, 대접받는 느낌은 이번엔 찾아볼 수 없어, 만족스러운 수령 경험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개중에 여자친구 손에 끼워진 반지가 예쁘고, 내 손에 끼워져 있는 반지의 디자인이 맘에 들고, 우리 둘의 반지가 퍽 잘 어울리며, 여자친구의 표정이 화사해서 마음을 그냥 다독이고 지나가기로 했다. 

클림트 주얼리에서의 반지 선택 자체는,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예쁜 디자인과 사후 서비스 덕분에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으나, 비용 부분 및 일명 '끼워팔기', 그리고 사장님이 아닌 다른 분의 대응 서비스에 대해서는 솔직히 마음 놓고 추천하긴 어렵다. 이쪽 분야가 뭐 다 이렇게 먹고 산다는 것은 대강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충분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혹여나 클림트에 찾아가게 된다면, 꼭 남자 사장님과 상담하길 추천드린다.




지원받은 것 일체 없음. 내 돈 다 내고 계약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