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기타

2018 서울가족학교 예비부부교실 1주차.

TechToast 2018. 9. 5. 23:09

어느 날, 여자친구가 재미있는 교육이 있다며 같이 들어보지 않겠냐고 무언가의 신청서를 내밀었다.

확인해 보니, '예비부부교실' 이라는 교육이었다. 예비 부부들에게 필요한 전반적인 내용을 가르치는 좋은 내용이 들어있었다. '부부 간의 대화법'이라는 것이, 연인일 때의 대화법과는 꽤 많은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서로 마음을 다 열고 대화하고 있지만 상대방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파악은 아직 완벽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서로에 대해서, 분명히 더 알 필요가 있고, 새로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자친구도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흔쾌히 알았다고 이야기하고, 같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https://www.familynet.or.kr/fn_areacenter/program/tab1.do?p_seq=84580

나는 서울 관악구에 살고 있고, 여자친구는 서울 중랑구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 교육은 딱히 지역적인 한계가 있는 것 같지 않고, 이전에 있던 다른 수업, 혹은 이후에 있을 수업도 자유롭게 중복 수강이 가능한 듯 했다. 지금 듣는 예비부부 교실 이후, 실제 결혼을 한 신혼부부 교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센터, 아버지 교실, 돌봄교실 등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한 여러가지 교육이 개설되어 있는 것 같아서 눈길을 끌었다.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면, 자주 찾아서 들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침 10시에 소집이어서, 아침 9시 반에 여자친구 집에 차를 대 놓고 걸어서 이동했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신청서의 한 줄이 신경쓰이기도 했고, 아침 9시에 여자친구 집에 가는 나름 두근두근한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었다. ㅋㅋ (물론 집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여기가 교육장소다! 하는 플래카드가 입구에서 우리를 반겨주었다. 교육 장소는 4층이었으며, 신청 결과 본인 확인 등 소소한 절차를 마치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나름 신혼부부 교육장 같은 귀여운 인테리어로 꾸며 놓은 포토존이 두어군데 보였으며, 지금의 나에게는 함부로 가까이 가면 죄악이 되는 '간식코너' 도 뒤쪽에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나름 일찍 왔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보다 먼저 와 있는 커플이 두어 팀이 있었다. 





어느새 두손 가득 간식을 챙겨 들고 이름이 쓰여있는 자리로 찾아 앉았다. 둘의 이름이 자리에 쓰여 있으니 왠지 기분이 오묘해 지는게, 정말 조금씩 결혼이라는 것에 성큼성큼 다가가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나중에 교육이 끝나면, 저 이름 태그를 가져가도 되냐고 물어봐야겠다. 적당한 명함꽂이 하나 구해서 집에다가 장식해 둬야징. 

한 테이블에는 세 팀의 예비 부부가 같이 교육을 받는 듯 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사귄지는 얼마나 되었으며, 결혼 예정일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여자친구에게 전화 통보가 간 적이 있다고 한다. 대화를 살짝 나눠 본 결과, 우리 바로 앞 커플은 사귄 날짜도 결혼 예정일도 우리와 굉장히 비슷했다. 비슷한 상황인 커플들을 모아서, 대화 주제가 겹칠 수 있게 자리 배정을 한 듯한 새심한 배려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자리에 노닥거리고 있다 보니, 진행자 한 분이 슬그머니 다가와서 '임산부 체험' 을 해 보라고 우리를 끌고 갔다. 뒤쪽에 요만큼 전시되어 있는 임산부 체험 도구는 여중 보건선생님 아들인 나에게는 이미 익숙한 도구들이었지만, 실제로 이 상황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다가오는 의미는 확실히 달랐다. 옆에 있는 사랑하는 내 여자가 이렇게 무거운 짐과, 몸의 다양하고 급격한 변화를 참아내어야 한다니 사뭇 걱정이 들었다. 체험을 하면서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줬는데, 둘이 같이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은 이게 처음이어서 살짝 설렜다. 사진도 나름 괜찮게 나왔고, 오늘도 예쁜 애인은 사진에서 반짝반짝거렸다.  



첫 날 강의는 '서로의 차이 이해하기', '행복한 커플 대화법' 이었다. DISC 검사를 통해 서로의 특성과 차이, 그리고 각 사람의 특성에 맞거나 맞지 않는 대화법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이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태어나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기 나름대로의 특별한 동기요인에 의해 일정한 방식으로 행동을 취하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것이 반복되면서 어떠한 경향성을 보이며, 어떠한 상황 속에서 자신이 편하게 생각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되는데 이러한 행동들이 서로 관련이 있고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행동 패턴, 행동 스타일이라고 한다고 한다.) 이 때 사람들이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고, 그 환경 속에서 개인의 힘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서 크게 4가지 형태로 나누었으며, 각각 주도형 (Dominance), 사교형 (Influence), 안정형 (Steadiness), 신중형 (Conscientiousness) 의 유형이 있다고 한다. 주어진 질문지에에서 마음에 드는 단어를 선택하는 것을 통해 이 4가지 유형에서 자기가 가진 유형을 분석하는 검사를 DISC 검사라고 한다. 

여자친구는 아무래도 학교에 있기 때문에, 이런 검사를 몇 번 받아본 듯 했으며, 결과도 지난번 결과와 큰 차이가 없이 나왔다고 한다. 나는 IS 형으로 나왔으며, 커뮤니케이션을 좋아하고 안정성을 추구한다고 하고, 여자친구는 더욱 안정성을 추구하며, 하나하나 신중하게 선택하는 SC 형으로 나왔다. 각 항목 별로 그 사람이 가지는 특성에 대해 설명한 항목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생각보다 내가 생각하던 결과와 거의 비슷하게 나와서 조금 놀랐으며, 데이트할 때 결정장애로 끙끙 고민 매던 우리의 모습이 비추어 지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이런 것을 정량적 수치적으로 볼 수 있는 이런 시험 결과에 관심이 좀 생겼고, Prepare enrich 라는 다른 커플 검사법이 있다고 하니, 나중에 검사를 진행해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2번째 시간에는 '커플 대화법' 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을 이야기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방법을 제안하고, 결과에 대한 반응을 하는 4개의 단계를 이야기하는데, 문득 논문의 IMRAD 형식이 떠올랐다. (Introduction, Materials and Methods, Result, and Discussion) 대화든 연구논문 발표이든, 어떤 방식이든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은 만국 공통으로 같은 방법을 취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대화법의 시간에서는, 먼저 상대방의 대화의 목적인 '마음을 이해하는 것', '공감을 먼저 하는 것' 이 중요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알게모르게 굉장히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이전에 이런 교육을 받은 적은 딱히 없으나, 나한테는 이미 몸으로 체득되어 있는 대화법이라는 것을 느꼈다. 어렸을 때 어느 시점부터인가 우리 부모님과 갑자기 대화를 많이 하기 시작했는데, 그 시점에 부모님이 받았던 교육이 있다고 했는데, 아마 이와 비슷한 교육이 아니었나 싶다. 이 대화법에 기준한 부모님과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미 배웠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 덕에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에 내가 큰 무리를 느끼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한번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가정을 꾸릴 기대와 그에 대한 걱정 또한 잔뜩 가지고 있는 예비 신혼부부로서, 이런 교육을 통해 가지고 있는 걱정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고, 앞으로 하나가 되어 잘 살아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좋은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 다음 시간에 배울 결혼에 대한 의미와 체크리스트, 그리고 결혼에 대한 설계 부분에 대한 교육도 큰 기대감이 생겨, 이번주 주말에 있을 2주차 강의도 꼭 참여할 생각이다. 무료 강의임에도 불구하고 꽤 좋고 알찬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고, 점심 김밥과 간식 같은 행복한 부수적인 내용들도 만족스러웠다. ㅋㅋ

이런 만족스러운 강의를 제공해 주신 중랑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 감사드린다.

2주차 감상문 : https://techtoast.kr/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