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기타

2018 서울가족학교 예비부부교실 2주차.

TechToast 2018. 9. 10. 21:13

지난 회차에 이어. (https://techtoast.kr/6)


서울 가족학교 예비부부교실 1주차를 지난주에 마치고, 일주일 간 교육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올랐다. 처음 갔을 때의 기대가 그렇게 높지 않았던 영향이었는지, '부부' 라는 주제에 대해 둘이 같이 공부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주중에 조곤조곤 많이 이야기했던 것 같다. 서로 간에 몰랐던 '성격', '차이' 라는 부분에 대해 한걸음 더 배울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었고, 분명히 앞으로 조만간 부부를 이루려고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그런 부분에 대해 목마른 점이 있었던 것 같다. 

일주일 전에 주어진 숙제, '편지 쓰기' 와 '선물 준비' 를 우여곡절을 통해 얼추 준비하고, 또 이른 아침 8시에 집에서 출발해서 여자친구 집 근처로 갔다. 집 앞에서 휘파람을 휘휘 불며 기다렸다가, 아직 머리를 덜 말린 여자친구의 예쁜 옆모습과 생긋생긋한 샴푸냄새에 정신 못 차리고 손 잡고 휘적휘적 하다 보니 어느새 다시 자원봉사 센터에 도착했다. 9월이 시작했는데도 이번 여름은 유독히 더운지, 나름 신경써서 입고 온 청남방에 벌써 온통 땀이 배겨, 도착하고 나서는 자리에 앉을 겨를도 없이 세수 한바탕 하러 화장실을 다녀왔다.



입구의 모습은 지난 주와 큰 차이 없는, 이번에도 역시 '교육장소가 바로 여기임' 하며 소리지르는 듯한 플래카드가 앞에서 우리를 맞이했다. 지난 주와 다르게, 먹거리를 책상 별로 적당히 배분해 두어 뒤쪽의 성스러운 다과세트를 놓던 책상은 온데간데 없고 (ㅠㅠ) 그 위치에 지난 주와는 다른 디자인의 포토존이 설치되어 있었다. 오늘도 너무 일찍 왔는지 역시 1등으로 자리에 들어섰고, 책상 수가 지난 주 보다 조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주에 왔다가 일찍 가거나, 출석하지 못한 커플들의 자리였다. 무언가 아쉽거나 바쁜 다른 스케줄들이 있었겠거나, 이런 교육과는 조금 맞지 않는 '실전에 강한' 분들이었으리라.



미리 온 강점을 살리기 위해, 아직 아무도 없는 포토존에서 둘이 오붓하게 이런저런 사진을 찍었다. 사실 우리 커플은 이런 사진 찍는 것에 그렇게 익숙하지도 않고, 그렇게 앞서서 '사진찍자!' 라고 말하는 스타일도 아니지만, 당장 20일 여 후에 있을 '스튜디오 촬영' 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휴대폰을 들어 서로 '사진 찍히는' 연습을 했다. '카메라' 기능이 있는 휴대폰을 이용하면서, 속칭 '셀카' 를 지금까지 찍은 장수가 총 100장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사진 안의 나' 와 눈을 마주친다는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아우 어색해, 손가락이 괜히 꼼지락 거리고, 긴장되어 굳어오는 눈을 연신 찡그려 스트레칭하며 이곳저곳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옆에서 도와주는 봉사자분들의 폴라로이드 사진기 앞에서도 괜히 어색해 했다.

그러고 자리에 앉아, 받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보고 있자니 괜히 오글오글 부끄러우면서, 폴라로이드 사진이라는 독특한 느낌 안에 있는 우리의 모습이 왠지 좋았다. 사진 안에 있는 웃고 있는 내 모습이 행복해 보이는 것 같다. 



오늘의 첫 강의, 3강은 '결혼의 의미와 체크리스트' 였다. 전현무 아나운서랑 굉장히 닮아 낮익게 생긴 분이 앞에서 이런 저런 즐거움을 주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문형욱 대표님이라는 분은, 부부 혹은 가정에 대한 강의와 상담을 매우 전문적으로 하셨다는 느낌이 들었다. 강의자료는 동영상 자료, 도표 자료 등 꼭 필요한 부분에서만 보게 하시면서도, 내용에 대해 알차고 빠짐없이 듣고, 간단한 몇 개의 메모만으로도 강의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게 강의 해 주셨다. 

이야기 해 주신 내용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부분, 지금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결혼' 이라는것에 대한 의미, 그리고 결혼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되짚어 주는 좋은 강의 내용이었다. 물론, 기독교대학 교수님 출신이라 그런지 교회에서 그간 간간히 들어 왔던 '나눔교육' 에서 많이 들은 내용과 겹치기는 하지만, 여자친구와 손 잡고 들을 수 있는 이런 기회도 너무 감사했다. 감정을 공유하고, 마땅히 책임지고, 채우려 하지 말고 채워주려 노력하는 등,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고 듣기 좋게 요리해서 전달해 주시는 선생님의 말재간에 감탄했다. 오늘 해 주신 강의 주제 말고, 다른 주제로 혹시 다른데서 강의를 하신다면 꼭 찾아가 보고 싶은 분이다.

게다가, 이야기하시는 방식 중 '개그코드' 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내 어렸을 적 듣고 깔깔 웃던 살짝 연배가 있는 '구형'이었고, 또 말씀하시는 방법이 청자의 반응을 유도하는 식으로 이야기하시는 바람에, 졸지에 맨 앞에서 대답을 열심히 하는 우등생이 되어, 결국 마지막에 선물을 하나 챙기고 말았다. '질문 카드' 라는 건데, 직접 만드신 교구인 듯 하며, 서로 질문할 거리에 대해 고르고 대답하는 소통 방법을 도와주는 도구인 듯 하다. 따님에게 받은 만년필로 첫 기념품 사인 개시를 하셨다며, 으쓱으쓱 하시며 멋지게 박스 안에 사인도 해 주셨다. ㅋㅋ

책 뒤쪽에 있는 '같이 풀어보면 좋을' 것들을 강의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넘어갔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여자친구와 함께 꼭 같이 풀어보고 나눠보고 싶다. 



오늘의 점심시간에는, 지난주와 다르게 피자 2판씩을 자리에 나눠 주었다. 우리 테이블은 두 커플만 남아있었고, 그래서 피자의 수가 조금 남아 곤란했다. 당장 20일 후에 스튜디오 촬영인데, 이런 것을 먹어도 되나.. 하는 죄책감에, 평소의 먹는 양과는 다르게 두어 조각을 먹고는 입맛을 다시며 내려놓았다. ㅜㅜ 역시, 먹는 것에는 손이 먼저 가서 찍어준 피자의 사진이 없다. 

식사를 하고 나서 휴식 시간에 다시 내부를 둘러보니, 다들 여러 포토존에서 이런저런 사진을 찍으며 활기찬 모습이었다. 고등학교 점심시간 후의 여유 시간을 보는 듯한 느낌. 우리는 미리 오자 마자 사진을 찍어 두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저 옆에 셀프웨딩을 진행하신 봉사자 선생님이 직접 만든 소품들이 같이 있다는 걸 뒤늦게 보았다. 머리핀으로 만든 신부 베일, 화관, 하트 모양 작대기 등 여러 도구를 이용해서 사진을 찍어주는 재밌는 이벤트 들이 있어, 다시 뒤늦게 사진을 찍으러 우리도 대기열에 섰다. ㅋㅋ



그렇게 휴식 시간을 보내고 책상에 돌아오니, 설문지와 소감문 종이가 눈에 띄어, 차근차근 작성을 했다. 나는 1주차 블로그 글을 써 둔것도 있고, 손글씨는 영 자신이 없었기에 종이에 쓰는 소감문은 여자친구에게 부탁했고, 설문지를 바라보며 지난 교육들에 대해 떠올리며 이런저런 내용을 쓰며 남은 시간을 보냈다.

중간에 화장실을 다녀오다 보니, 예비부부교실 우수 후기 모집을 하고 있었다. 호오~ 그냥 기록 용으로 남겨둔 블로그 글인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보를 미리 갈무리 해 뒀다. 글 다 쓰고 발송 해 봐야징. 혹시 모르지, 덕분에 영화 공짜로 볼 수 있을지도. ㅋㅋ



다음 세션은, 우리 결혼 설계하기와 재무관리 라는 주제로 4강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이전 강의들을 맡아주셨던 선생님들의 능력이 너무 좋으셨던 건지, 아니면 원래 맡으시던 강의와 색깔이 조금 달라서 그러셨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세션을 맡아주신 선생님은 원하던 강의 내용에 별로 충실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실 4개의 강의 중 제일 기대했었던 '재무관리' 라는 내용이었고, 사실 그동안 우리가 주로 하던 연애와 앞으로 하게 될 결혼과의 가장 큰 차이가 이 부분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가장 기대했던 내용이었는데, 출력물의 내용과 프레젠테이션 내용, 그리고 발표자 분의 내용이 세개의 싱크도 잘 맞지 않으며, 발표하신 내용도 지금 현실과는 많이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직접 강의해 주신 내용에서 보다, 발표자료와 유인물의 내용을 읽어서 내용을 유추해서 배운 내용이 더 많은 듯 하다. 게다가, 소소한 지식과 최근 부동산 공부로 조금씩 배우고 있는 내용에서, 가장 금기시 해야 하고 심각하게 고민 해 보아야 할 내용에 대해서 오히려 추천해 주신다던지 하는 부분은 앞으로 있을 다음 강의에서는 지양되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나 말고도 다른 부부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다들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는 게 전부인 듯한 모습으로 강의에 임했고, 중간에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물을 뜨러 일어나는 등 집중도가 이전 있었던 수업과는 큰 차이가 났다. 

하지만, 단지 강의하시는 분이 덜 익숙하다고 해도 거기에 전부 기대거나 빗대서는 안되는 법. 금방금방 지나가긴 했지만, 발표자료에서 본 경제 10원칙, 부부가 하지 말아야 할 5개 원칙 등은 크게 남았다. 보증서지 말 것, 함부로 사업하지 말 것, 돈 빌려주지 말 것, 무리한 교육을 하지 말 것, 제한 없는 경제적 지원을 하지 말 것 등, 사실상 우리 나라에서 경제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원론적인 경제론 보다, 실제 가정을 꾸리며 조심하여야 할 내용들을 집어준 부분은 좋게 남는다.

이 경제 부분은, 추후 나중에 이런 부부 및 가정 관련 교육을 들을 기회가 또 있을때, 다시 한번 잘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강의가 끝나고, '10년 후의 우리' 에 대해서 같이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 강의해주신 선생님의 재능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이 순간은, 선생님이 설계해 주신 부분이 너무 감사했다. 마주보고 손을 잡고, 눈을 감고 10년 후에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단순히 손을 잡고 숨을 고르고 생각을 했을 뿐인데, 머리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온통 평안하고 행복한, 장난 가득한 가족의 모습이었다. 눈을 뜨고 여자친구와 이야기해 보았더니, '설겆이' 와 '빨래개기'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나머지의 모습은 거의 같았다. 


우리는, 같은 미래를 그리고 있구나.


그리곤 준비했던 편지와 선물 증정식이 진행되었다. 사실, 내가 준비했었던 선물은 아직 택배가 오지 않아서.. 교육을 오기 전날 택배 아저씨와 열심히 통화하고 투탁거렸는데도 결국 택배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성급하게, 이전의 데이트에서 잠깐 같이 봤었던 책자와, 그 책자에 쓰여있는 먹거리 중 만만한 샌드위치를 오늘 아침에 싸 왔는데, 점심에 피자를 먹느라고 제대로 먹지 못한 건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3만원 이내' 라는 조건이 생각보다 많이 어려웠던 것 같다. 여자친구는, 얼마 전 시작한 수영장에서 요긴하게 활용하라고 바디워시와 스킨로션을 선물해줬다. 예전에 썼었던 브랜드이고, 아주 맘에 들게 잘 썼는데 이렇게 받으니 기분이 배실배실 좋았다. 게다가, 예쁜 편지지에 꼭꼭 눌러담아 쓴 여자친구의 손글씨 편지는 이루 말할수 없을 정도로 기쁜 선물이었다.



이후, 수료증 및 기념품 전달식이 간단하게 이뤄졌다. 자리마다 조그만 양초를 켜 주고, 불을 끄는 등 다소 부산스럽고 귀여운 봉사자님들의 준비가 끝나고 자리에 돌아오니, 건강가정지원센터 센터장님이 자리에 와서 인사말을 남겨주고 가셨다. 조카분이 최근에 이 수업을 수강했으며, 결혼 후에 '정말 좋은 교육을 진행하고 계신다' 라는 조카분의 말이 더욱 힘이 난다는 말씀을 하시며, 짧은 말씀 중에도 보람을 느낀 밝은 표정에 충분히 행복해 보였다. 

수료증을 전달받으며, 다소 뻘쭘한 인사와 함께 기념품 박스를 받았다. 이전에, 여자친구가 교육을 신청하던 당시 커플 사진 두장을 보내달라고 했다고 하던데, 이렇게 기념품 머그잔에 각각 사진을 인쇄해서 전달해 줬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아,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이전에 사서 같이 쓰고 있는 비트윈 커플머그컵 말고, 하나 더 기념할 수 있는 커플세트를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이 머그컵은, 받자마자 바로 사용하지 말고 나중에 '우리 집' 에서 첫 개시를 하자고 이야기하고, 다시 고이 박스에 보관해 두었다.


그렇게 우리가 열심히 들었던, 2주라고 해야 할지 이틀이라고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는 교육이 끝났다. 

사실 큰 기대를 하고 들어온 건 아니지만, 교육 내용도 알차고, 서로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서로가 원하는 마음을 조금 더 열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수업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결혼하고 나서는 이 이후에 열리는 '신혼부부' 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나, '아버지교실' 등 다른 교육들에 대해서도 기회가 되면 꼭 더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중에 꼭 건강가정지원센터와 서울가족학교 홈페이지를 한바퀴 죽 둘러보고, 지금의 여자친구, 미래의 내 아내와 함께 또 손잡고 데이트마냥 같이 와서 들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다 끝나고 나가면서, 정수기 위에 있는 조그만 화분이 눈에 띄었다.

'너의 작은 창가에 화분이 될래' 라고 쓰여 있었고, 우린 서로를 쳐다보고 배실배실 웃고 있었다.

입으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 같은 마음으로 서로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후 후기.

까르륵~ 좋은 후기에 당첨되어 메가박스 영화 티켓과 팝콘세트를 선물받았다.  짬내서 예비와이프와 보러 가야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