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제품

맥북 에어 배터리 교체기. (11인치, mid-2013)

TechToast 2019. 1. 23. 17:29

나는 맥 유저이다. 

원래 진성 맥 극 빠돌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맥북에어, 매직키보드, 마우스, 트랙패드까지 PC에 관련된 거의 대부분의 제품을 매킨토시 제품으로 도배를 하고 사용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연구실에서 맥 프로를 구매해 줄 수 없다고 하여, 일반 조립 PC에 해킨토시를 설치하여 활용할 정도로 격하게 맥 유저였고, 다소 부분부분 시들해진 지금도 애플 제품끼리의 연동성, 유관성, 디자인 통일, OS의 안전성에 대해서 정말 큰 점수를 주고 있다.


그 다양한 애플 제품 중, 내가 가지고 있는 맥북 에어 기종은 11인치, mid-2013 모델이다. '맥북 에어는 11인치' 라는 나만의 캐치프레이즈에 이끌려 질렀고, 코딩, 포토샵, 연구, 논문작성, 해외출장 등 지치고 힘든 대학원 박사과정을 같이 보낸, 지금까지 후회하지 않는 현역 노트북이다. 당시 CTO (커스텀 사양) 으로 램과 CPU를 최대로 올려서 구매했는데, 그 덕에 아직도 사양이 뒤쳐진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롱런하는 나의 노트북이다.


하지만, 세월이 어느 정도 지나서인지, 아니면 너무 혹사를 시켜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놈이 배터리 성능이 훅훅 떨어지는 것이 체감될 정도로 걱정을 끼치더니, 급기야는 '배터리 수리 서비스' 라는 마크를 화면 구석에 띄우기 시작했다.



ㅇ ㅏ. .안됑..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뉴 맥북 에어가 새로 나왔다는 소식이 들려오긴 하지만, 이놈의 성능이 아직도 발군이고, 배터리만 교체해 주면 다시 현역으로 쌩쌩 돌아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큰맘 먹고 처음으로 뒷뚜껑을 따 보기로 결정했다.

물론, 따기 전에 배터리 주문부터. 주문한 곳은 세상의 모든 부품이 있다는 알리익스프레스 (aliexpress.com). 역시나, 'battery', 'macbook air', '11inch', 'mid-2013' 이라는 뻔한 키워드 몇개를 던지니 바로 물건이 화면에 나왔다. 뭐 완전 1:1 동일은 아니고, 안전 부분에 대해서도 정품이 아니기에 다소 걱정은 있지만.. 없는 돈 쪼개 먹인 애플케어 플러스의 기간까지 끝난 맥북에어에 이제 사제 부품 몇개 쯤 들어간들 어떠하리.

혹시 몰라 제품 링크는 남겨둔다. 하지만 웹사이트 특성상, 링크가 금방 죽을 수 있기 때문에..

https://www.aliexpress.com/item/Wholesale-New-laptop-Battery-for-Apple-MacBook-Air-11-A1465-A1370-2011-production-Replace-A1406-battery/1221320297.html?spm=a2g0s.9042311.0.0.26904c4dChFo43


거진 2주 가량 걸려서 택배가 왔다고 한다. 하필 신혼여행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집에 택배가 도착했기 때문에 얼마나 걸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택배 박스는 갓랙에 노란색 테이프 덕지덕지 발려 왔기 때문에 뭐 사진이고 뭐고 없다.


먼저 배터리 체크 프로그램을 돌려 보았다. Coconut Battery 앱이 역시 대표적이지.



아아.. 1/3 지점까지 떨어진 배터리 용량.. 노란색 바 까지 떨어졌다. 그동안 내가 너를 너무 혹사시켰구나. 미안하지만 미안하지않아. 니가 혹사당해서 내가 박사 졸업한 것 같거든. 쌩유 은박지 1호기. 그동안 수고했고 앞으로도 더 고생하자(?).


자, 이제 본격적으로 뚜껑따기 시작.



모든 전자기기의 자가 부품 교체는, 모두 같은 패턴이다. 모든 나사를 제거하고 분해한다. 부품을 교체한다. 재조립한다. 이놈도 마찬가지.

동그라미 친 위치의 별나사를 배터리 구매 때 딸려온 드라이버 두개 중 하나로 풀어준다. 저거 저래뵈도 별나사라서, 집에 있는 그냥 드라이버로는 안 풀린다. 


거진 6년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기스가 거의 없는 깔끔한 뒷판의 모습이다. 내가 그렇게 물건을 깔끔하게 쓰지 않는 편인데도, 이 정도나 깨끗하게 유지되는 노트북이라니.. 참 애지중지하고 썼다는 것이 느껴진다. 맥북 에어의 특성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사 해체 완료.




새로 산 배터리를 위에다 살포시 얹어 보았다. 




뚜껑을 따 보니, 역시 그래도 세월이 있었는지 먼지가 듬성듬성 보인다. 열은 김에, 마른 수건과 진공청소기로 살살 청소 한바탕 해 주자.

동그라미 친 다섯군데의 나사를, 두번 째 드라이버로 풀어준다. 외장재에 잠겨있던 별나사와 크기가 다르다. 위치마다 나사의 길이가 상이하므로, 자기 자리 위치를 잘 기억할 수 있게 예쁘게 배치해 둘 것.



요렇게.

외장재 나사 끝 부분이 조금씩 녹이 슬었다. 물에 빠트린 적은 없는데.. 뭐 세월이 세월이다 보니 어쩔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대망의 베터리 케이블 제거. 

'위로 잡아 들어 올린다' 이다. 그런데 이게 손으로 잡기가 살-짝 무섭다. 일단 손톱으로 살살살 들어 올려 보다가, 영 지지가 되지 않아서 드라이버로 지렛데 원리로 들어올렸다. 일정 힘 이상 들어가니 스옹 하고 들어올려진다. 

자, 이제 배터리 제거. 



내 애지중지 맥북의 바닥이 보이는 순간이다. 머리카락이 지저분하게 들어가 있었다. 진공청소기로 살살살 청소 1회 더. 




새 배터리를 위치에 잘 배치했다. 크기는 거의 뭐 1:1로 들어맞는 것 같은데, 확실히 짭퉁이라 그런지 만듬새가 약-간 떨어진다. 플라스틱 구석 부분이라던지, 나사 구멍이랑 완전 딱 맞는 느낌이 좀 덜 하다던지.. 그리고 배터리 케이블이 제 위치가 딱 안 맞는 느낌 정도의 퀄리티 차이가 난다. 뭐, 배터리 셀만 정상이면 되니까, 라는 생각으로, 케이블도 다시 위에서 꾹 눌러주고, 나사도 다시 제 위치에 다 체결해서 배터리 재 결합 완료.



아무래도 원래 배터리에는 없는 저 셀로판 테이프가 거슬려, 조심조심 손으로 뜯어냈다. 발열이 있는 부분인데 녹으면 어떻행. 

뜯어도 되는지 안되는지는 잘 모른다. 그냥 최대한 원본과 비슷하게 해 두는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한 것.



아따 깔끔. 


배터리를 교체했으니, PRAM 을 리셋 해 주어야 한다. 안 그러면, 기존 배터리의 용량을 기억해서 배터리 용량 인디케이터가 오작동할 수 있다고 한다. cmd + option + p + r 을 누른 상태에서 전원 버튼을 누르고 있는다. '모든 버튼' 을 다 누르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럼 맥북이 부팅 되다가 다시 재부팅이 되는 모습이 보일 때, 그 떄 손을 놓아주면 된다.


교체 후기.




코코넛 배터리 기준, 배터리 성능이 97.3% 로 돌아왔다. 체감 시간이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확실히 더 길어진 것이 느껴졌고, 완충 / 방전을 몇 번 겪었는데도 배터리 수리 서비스 글자가 다시 뜨지 않는다. 왜 100%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 쓸만 하다고 느낀다.


다시, 내 맥북 에어가 현역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