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담 V2 — 열 살 아이를 위한 레고 브릭봇 액션 플랫포머
열 살 아이를 위한 레고 브릭봇 액션 플랫포머를 만들고 있습니다. 화려한 오픈월드도, 난이도를 올려서 도전 정신을 북돋우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아이에게 맞춰 내세운 기준은 딱 하나였습니다. "지나치게 어렵지 않고, 자극이 낮고, 난이도가 부드러운 게임." 그 기준을 지키면서 지난 사이클 동안 스테이지 15개, 보스 6종, 캐릭터 4종, 그리고 로컬 2인 협동까지 이리저리 손을 봤습니다. 어떤 것을 어떻게 다듬었는지, 아이가 화면 앞에서 느끼게 될 결과를 중심으로 정리해봅니다.




작은 목차
- 발밑 세계 만들기 — 물·무너지는 블록·바람
- 보스전의 온도 — 경직과 페이즈 2
- 아이가 보는 화면 — 표정, 눈동자, 레고 브릭
- "점프가 왜 안 돼요?" — 고친 두 가지 결정적 버그
- 둘이서라는 즐거움, 그리고 완성도를 지키는 법
1. 발밑 세계 만들기 — 물, 무너지는 블록, 바람
플랫포머의 뼈대는 발밑의 지형입니다. 이번 사이클에서 스테이지마다 단순한 땅만 깔려 있던 세계에, 말 그대로 "움직이는" 살을 붙였습니다.
먼저 물입니다. 스테이지 4와 5에 물을 넣었는데, 물속에서는 중력을 약 0.38배로 낮췄습니다. 해수욕장에서 뛰다가 물에 들어가면 몸이 갑자기 가벼워져서 팔다리가 느긋해지는 그 느낌을 그대로 옮겼다고 보시면 됩니다. 수면에는 잔잔한 빛이 일렁이고, 기포가 올라오고, 물에 들어서는 순간 철벅 소리가 납니다.
다음은 무너지는 블록입니다. 스테이지 5와 13에서 밟으면 약 0.7초 뒤 블록이 무너지고, 6초쯤 지나면 다시 생겨납니다. 얼음장을 밟으면 발밑에 금이 가고 얼마 뒤 와르르 무너지는 장면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아이가 "여기 왜 무너져?" 하고 놀라지 않으려면, 밟은 뒤 무너지기까지의 시간을 넉넉하게 잡는 게 포인트였습니다.
움직이는 발판도 넣었습니다. 스테이지 8에서는 좌우로 왕복하고, 스테이지 11과 14에서는 위아래로 오르내립니다. 엘리베이터처럼, 발판을 밟으면 캐릭터가 발판과 함께 이동합니다. 발판이 움직이는 동안 캐릭터가 발판 밖으로 미끄러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처리가 필요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바람 구간입니다. 스테이지 14에 바람이 부는 구간을 만들었는데, 이 구간에서는 아무 키도 누르지 않으면 캐릭터가 바람의 방향으로 저절로 밀려납니다. 입도 안 부는데 바닥에 서 있기가 버거운 강풍 날을 재현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바람이 부는 것처럼 보이도록 공기 가닥도 흘려 보냈습니다.





2. 보스전의 온도 — 경직과 페이즈 2
보스는 6종을 넣었고, 각각 3·6·9·10·12·15 스테이지에 등장합니다. 보스전을 설계할 때 가장 신경 쓴 것은 "아이가 지치지 않고 그려내는 박자"였습니다.
보스가 자기 시그니처 기술을 한 번 쓰고 나면 잠깐 비틀거리며 경직되는 순간을 넣었습니다. 보스가 지쳐서 숨을 고르는 1.3초 동안에는 데미지가 2배가 되고, 화면에 "약점!"이라는 팝업이 뜹니다. 아이가 "지금이다!" 하고 반격할 타이밍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장치입니다.
그리고 체력이 절반이 되면 페이즈 2로 넘어갑니다. 보스가 2초 동안 무적 상태로 기세를 뿜으며 회전하고, 탄막을 정리하고, 배경 음악의 속도가 1.25배로 빨라집니다. 지쳐 있던 보스가 "그래, 이제 진짜 뭘 보여줄게" 하고 정신을 차리는 순간입니다.
보스의 체력 바도 다듬었습니다. 게임 전체가 레고 브릭 세계이니 체력 바를 레고 브릭으로 표현했습니다. 브릭의 stud가 하나씩 칠해지고 비워지면서 체력이 줄어들고, 보스가 경직될 때는 그 브릭이 쓸리듯 흔들립니다. 데미지가 좀처럼 줄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아직 멀었구나" 하고 아이도 무게감을 느낍니다.




3. 아이가 보는 화면 — 표정, 눈동자, 레고 브릭
플랫포머라서 게임플레이가 핵심이지만, 아이가 가장 오래 쳐다보는 것은 캐릭터의 얼굴과 화면의 인상입니다. 이번 사이클에서는 "움직임의 찰나"와 "표정"을 세밀하게 다듬었습니다.
먼저 점프할 때 꼭대기에서 살짝 머무는 hang-time 순간과, 달릴 때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지는 걸음걸이를 넣었습니다. 이중 점프로 구르는 동작과, 공구를 들고 흔드는 모습도 추가했습니다. 레고 캐릭터는 팔다리가 뻣뻣한 것이 매력이지만, 그 뻣뻣함 속에서도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디테일이 필요했습니다.
캐릭터마다 성격을 담은 idle 자세도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세담은 해머를 톡톡 두드리고, 엠버는 살짝 미소 짓고, 프로스트는 어깨를 으쓱하고, 노바는 몽환적으로 떠 있습니다. 이 네 명의 개성이 슬쩍슬쩍 느껴지도록요.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눈동자 처리입니다. 지켜보듯 하다가 위협이 다가오면 그 방향으로 눈동자를 굴립니다. 아이가 "눈이 나를 따라와!" 하고 신기해하는 지점을 제가 노렸습니다. 또한 피격되면 눈물이 흘러나오고, 사망할 때는 캐릭터가 레고 브릭으로 분해되어 폴각폴각 떨어집니다. 다른 게임의 "해체" 연출보다 아이에게는 레고를 조립하다 만 것 같은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스테이지 가운데 네온시티도 만들었습니다. 마젠타와 시안이 교차하는 조명, 색깔이 깜빡이는 네온사인 14개, 홀로그램 빌보드 3개, 그리고 비가 쏟아지며 내리는 배경까지 넣었습니다. 스테이지 셀렉트 화면도 스테이지마다 테마 색 카드에 BOSS 배지, 잠긴 스테이지는 자물쇠 모양으로, 등장할 때 톡 튀어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넣어서 첫 화면부터 신나게 만들었습니다.



4. "점프가 왜 안 돼요?" — 고친 두 가지 결정적 버그
게임을 만들면서 가장 오래 붙잡았던 것은 사실 황홀함 치고는 근본적인 문제였습니다. 아이가 이전 버전을 하면서 정말 자주 "점프가 잘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거겠지" 하고 넘겼는데, 원인을 파고들자 두 가지 결정적인 버그가 드러났습니다.
첫 번째, 점프 물리 버그. 땅 위에서 점프할 때 키 입력이 소비되지 않아서, 같은 프레임에 지상 점프와 이중 점프(더블 점프)가 동시에 발동하고 있었습니다. 비유하자면 "한 발짝 내디디는 순간과 한 번 더 떨어지는 순간이 겹쳐서" 첫 점프 높이가 5.2에서 3.5로 뚝뚝 낮아지고, 비상용으로 아껴뒀어야 할 이중 점프를 한 번 낭비하는 식이었습니다. 수정한 뒤에는 점프 정점이 정상적으로 약 4.1까지 회복되고, 이중 점프도 온전히 남습니다. 아이가 "잘 안 된다"고 느낀 근본 원인이었다는 점이 이번 사이클에서 가장 뜻깊은 발견이었습니다.
두 번째, 보스 아레나의 "죽은 공간". 보스 아레나에 원래 떠 있는 플랫폼이 13개나 있었는데, 보니 입구에서 첫 번째 발판까지의 높이가 +7인데 캐릭터의 점프 정점은 약 3.5였습니다. 즉 처음부터 올라갈 수 없는, 말 그대로 죽은 공간이었습니다. 아이가 보스 아레나에서 계속 한 자리에 맴돌았던 이유였죠. 그 플랫폼들을 전부 치우고, 입구에서 보스까지 포털까지 평지를 연결하고, 오른쪽 끝에 일반 점프로 오를 수 있는 튼튼한 2단 계단 타워 하나를 세웠습니다. 하트와 코인도 실제로 닿을 수 있는 자리로 옮겼습니다.
이렇게 두 가지를 고치고 나니, "어렵게 만들려고 한 게 아니라 오히려 못 오르게 만들어져 있던" 과오가 정리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난이도를 올리는 것보다, 원래 갈 수 있어야 할 곳을 못 가게 막혀 있던 것을 풀어 주는 것이 먼저라는 걸 다시 깨달았습니다.

5. 둘이서라는 즐거움, 그리고 완성도를 지키는 법
마지막으로 로컬 2인 협동을 넣었습니다. 한 키보드로 두 명이 함께 플레이하는 모드인데, 두 번째 플레이어는 첫 번째 플레이어와 캐릭터가 자동으로 다르게 배정되고, 체력과 스페셜이 따로 표시됩니다. 화면은 두 캐릭터의 중간 지점을 따라가고, 둘이 멀어질수록 카메라가 뒤로 물러서서 넓게 보여줍니다.
적과 보스는 가장 가까운 플레이어를 쫓습니다. 조준선이 어느 플레이어를 노리는지, 포탑과 다중 탄이 어디를 겨누는지 모두 가까운 쪽을 향합니다. 둘 중 한 명이 쓰러져도 파트너가 살아 있으면 체크포인트에서 체력의 절반으로 부활하고, 둘 다 쓰러져야 게임 오버가 됩니다. 한 명이 포탈에 도달하면 함께 텔레포트됩니다. "한 명이 죽어도 멈추지 않고, 한 명이라도 살아 있으면 끝나지 않는" 그 느낌을 의도했습니다.
완성도는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는 지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매 단계마다 자동 품질 검증을 돌렸습니다. 이번 사이클 때 만든 검증 문항이 51개인데, 물리·점프·보스 테이블·쿨타임·스폰 지점 같은 것들을 놓치지 않도록 점검하고, 화면 출력 횟수와 프레임 속도까지 측정해서 통과 기준을 정해 뒀습니다. 추가로 멀티플레이에서 27개, 보스 아레나에서 7개를 따로 검증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치다가 이전에 안 깨뜨렸나"를 확인하는 회귀 방지였습니다. 한 번 고쳐서 통과한 것이 다음 수정에서 다시 망가지지 않도록, 매 수정마다 검증을 다시 돌리는 것입니다.
모든 검증은 매 단계 통과했습니다. 열 살 아이 앞에 이 게임을 내놓기 전에, "더 어렵게"가 아니라 "덜 막히게"에 집중하며 다듬은 이번 사이클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브릭 하나하나가 실제로 조립되고 실제로 움직이는지, 아이가 화면 앞에서 웃을 수 있는지에 집중해서 이어가겠습니다.
